KB국민카드가 지난해 새로 선보인 신용카드보다 판매를 중단한 신용카드의 수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KB국민카드)
(사진=KB국민카드)
21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출시된 신용카드 신상품은 19종이었던 반면 판매중단 상품은 21종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전년 대비 신상품 출시는 24%(6종) 감소한 반면 판매중단은 600%(18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KB국민카드는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음식, 레저, 휴식 관련 업종에서 최대 50%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특화 상품 '알파' 시리즈 3종을 비롯해 GS칼텍스, 코웨이, 교원구몬 등과 제휴해 선보인 신용카드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KB국민카드는 이랜드, 옥션, G마켓 등과 제휴해 선보인 신용카드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업종 구분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각각 0.5%적립, 1.0% 청구할인이라는 높은 혜택을 제공해왔던 가온카드와 누리카드의 판매를 중단해 고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KB국민카드는 20종의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부터 단종이 예고된 카드는 KT Super할부 카드, SKT 라이트할부 카드 등 통신비 할인카드 11종과 주유소‧렌탈 등 이종업종 할인카드 9종이다.

단종 수순을 밟는 카드는 모두 제휴카드로 카드사와 제휴사가 부가서비스를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통신사 제휴카드는 전월 카드사용 실적·통신요금 자동이체 등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결제액을 할인받을 수 있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적자카드로 꼽힌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라기 보다는 기존에 부족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채우는데 중점을 뒀다"며 "노후화되거나 중복된 카드 상품을 정리하다보니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이 몰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카드업계에서는 부가서비스나 혜택이 많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일명 '혜자카드'들은 출시 후 몇 년이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카드사들의 상품 구조조정은 최근 악화된 경영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부터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구간이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되며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손실액은 연간 7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카드 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를 축소해 마케팅비를 절감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부가서비스 축소를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결국 카드사들이 마케팅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알짜카드로 불리는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제휴카드는 부가서비스 혜택이 높아 카드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적은 만큼 가장 먼저 단종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승인이 까다로운 부가서비스 축소 대신 혜택이 높은 제휴카드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비용 절감을 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카드사들이 혜택이 높은 기존 카드를 단종시키는 추세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