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21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만원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단 팔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각에선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10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다 반도체 주기가 예전과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삼성전자 4만원대 '위태'…주가 바닥인가
바닥은 어디인가

10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50원(1.83%) 하락한 4만2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만원까지 하락하며 2017년 3월5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액면분할(올해 5월4일) 이전 주가로 보면 200만원까지 떨어진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1.95%) 등 대형주의 동반 하락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21.97포인트(1.06%) 떨어진 2053.79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 악화다. 지난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10.7% 급락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이달 초 “공급 증가, 초과 재고로 내년 1분기 D램 값 하락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권사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이후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내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4조1350억원으로 올해 1분기보다 9.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두운 전망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반도체 업황 악화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우려는 충분히 반영됐다”며 “내년 실적 감소폭이 시장 예상보다 크지 않으면 주가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를 감안해도 낙폭이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2010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6.14배로, 반도체 업황이 지금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2013년(7.83배), 2014년(9.78배)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다.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펴고 있어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3.4%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반도체 上低下高

반도체 시장은 그동안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늘어나고 이후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을 반복해왔다. 모건스탠리,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작년 초부터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경고를 내놨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선 과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과거에 없던 반도체 수요가 생긴 데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로 모바일 D램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반도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어 수급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르면 내년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