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여름 휴가를 앞둔 직장인 이모씨(32)는 여행지를 동유럽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변경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터키 간 무역 마찰로 현지 화폐인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체류비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고려해도 터키에서 절약되는 경비를 따져볼 때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왔다”며 “관광은 물론 현지에서 쇼핑도 실컷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라화 폭락… '이 참에 터키 가자' 여행족 급증
최근 터키 경제 불안으로 리라화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하자 여행과 쇼핑 수요가 몰리는 등 ‘바이 투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싼값에 여행을 즐기려는 알뜰 여행족이 늘어나고 국내에서 터키 물건을 구매하려는 해외 직접구매(직구) 문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20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13~19일) 터키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6%가량 치솟았다. 이달 들어 예약한 여행객도 전년 동기 대비 228% 급증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터키 리라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라며 “작년보다 항공편 좌석 수급이 원활해진 데다 수요가 늘면서 판매 증가폭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리라·달러 환율은 미국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각각 50%와 20%로 높인 뒤 급등했다. 현재 달러당 6리라 안팎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40%가량 올랐다.

리라화 환율이 오르면서 터키 현지에서 명품 브랜드 버버리 제품은 최대 80%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이스탄불 5성급 호텔은 한화로 5만원대에 묵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티몬투어에서도 터키 항공권을 알아본 문의가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2% 늘었다. 터키항공 관계자는 “이스탄불행 항공권 판매가 늘고, 이미 예약된 항공권 행선지를 이스탄불로 변경해달라는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에서도 ‘터키 여행’ 검색어는 미국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높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검색량이 전날보다 100배 높게 치솟았다. 12~18일에는 이달 초와 비교해 검색량이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터키 직구’도 평소보다 100배 이상 많이 검색됐다.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 등에는 터키에 거주 중인 한인들이 구매를 대행해 한국으로 보내주는 구매대행 서비스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13~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터키에서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내용의 블로그와 카페 게시물이 305건 올라왔다. 일부 판매자는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며 구매대행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