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공개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 권고안’은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산세 개편은 모든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종부세에 대해선 세금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단계적으로 올리고, 최고세율을 2.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이후 크게 완화됐던 종부세 부담은 10년 전 노무현 정부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부세를 내는 34만8000여 명의 세 부담은 내년부터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34만8000명 종부세 오른다… 다주택자는 '동시 인상' 폭탄
1주택과 다주택자 차등과세 유력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네 가지 시나리오다. ①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인상 ②최고세율을 2.0%(주택 기준)에서 2.5%로 인상 ③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 ④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세율까지 인상 등이다.

특위 관계자는 “오는 28일 발표할 최종 권고안에는 네 가지 안 중 한두 가지 안만 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종부세 대상자 전체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겐 세율까지 올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차등과세하는 방안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정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시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하지만 세율을 인상하려면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조세당국은 종부세율 인상이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특위의 최종 권고안을 다음달 말께 발표할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종부세 10년 전으로 회귀

특위가 제시한 4개 안 중 ③, ④번이 채택되면 종부세는 10년 전 수준으로 다시 강화된다. 부동산 양극화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시각이 청와대 내에 강한 만큼 그럴 가능성이 높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이날 공청회에서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05년 도입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세율이 인하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고정되며 실효세율이 아주 낮아졌다”며 “공평 과세 취지가 상실됐다”고 말했다.

종부세 도입 첫해인 2005년 세율은 1.0~3.0%(주택 기준)였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50%였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10%포인트 인상해 2009년 100%를 달성할 계획이었다. 2006년에는 과세 기준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고 과세 대상 주택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 과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거주 목적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가 헌법 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듬해 세율을 0.5~2.0%로 낮췄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에서 더 이상 올리지 않았다. 과세 기준도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초과로 완화했다.

정부가 특위 안을 받아들여 보유세 부담을 늘리면 고가 주택 보유자는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재산세를 내면서 종부세도 내야 하는 ‘이중과세’ 논란은 물론 개인 재산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위헌 논란이 10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공정시장가액비율

과세표준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합산한 보유 주택 공시가격에서 6억원(1가구 1주택은 9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곱한 금액이 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