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말인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전격 회동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후 29일만에 이뤄진 두 정상의 재상봉은 형식과 절차를 생략한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정상회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최단기간내 성사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미·북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행동과 ‘담대함’을 과시해온 김정은의 즉흥성이 그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문 대통령의 핫라인 통화 제의에 ”이왕이면 만나서 얘기하자”고 역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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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金,29일만에 전격 재상봉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두번째 정상회담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도 두 정상의 만남이 끝난후 사후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핫라인 통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의 사전 의제조율차원에서 개통된 핫라인은 두달이 넘도록 방치돼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 “정상회담 의제 등을 놓고 남북 실무자간 이견이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만큼 굳이 두 정상이 통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끝난후 북측이 대남,대미 강경태도로 선회한데다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을때도 핫라인은 울리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과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핫라인 통화를 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북측이 핫라인 통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싸고 미북 실무자간 거친 설전(舌戰)이 빌미가 돼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위기에 내몰리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핫라인 통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주 내용으로 한 ‘판문점 선언’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를 맞고 있다”며 “조만간 두 정상이 핫라인을 통해 급변한 정세의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핫라인을 제쳐놓고 판문점에서 재상봉을 할 것이란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두 정상이 9월께 평양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이미 예약한 상태여서 더욱 그랬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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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金, 어떤 얘기 나눴나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26일 전격적인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두 정상이 현 비핵화 정세와 타개 방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면서 “양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긴급 회동의 최우선 의제는 미·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란데 이견이 없다.

북미 실무라인 접촉으로 순조롭게 개최될 것으로 보였던 미·미정상회담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성사 여부가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한 24일 밤늦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소집해 “북미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이번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문제를 원활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회담 성사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을 공산이 크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핵심 의제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북 정상회담의 중대 변수인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사이의 견해차를 줄이기 위한 나름 의견을 제시해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는 것도 주목된다. 남북은 애초 판문점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16일에 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이 회담은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5월 중 개최 시점이 못 박힌 장성급회담이나 6·15남북공동행사, 8·15 이산가족 상봉 등 판문점선언 당시 합의 내용의 이행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방미 당시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파격적인 두번째 정상회담으로 판문점 선언이 명시한 남북관계개선이 구체화될지, 미·북정상회담 재추진의 ‘물꼬’가 트일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