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차 사망사고는 '人災'
우버 자율주행차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州)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는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자율주행차 시스템은 보행자를 미리 인식하고 정지하려 했지만 우버가 비상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도록 해놓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자율주행 기술을 더 빨리 개발하려는 경쟁이 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4일(현지시간) 자율주행차에 의한 보행자 사망사고 예비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18일 오후 10시께 템페 인근을 주행하던 우버 자율주행차 볼보 XC-90가 길을 건너던 엘레인 허츠버그(49)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센서는 충돌 약 6초 전, 115m 전방에서 보행자를 감지했고 몇 초 뒤 자전거라고 인지했다. 또 충돌 1.3초 전, 24m 전방에서 멈추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우버 측이 자율주행 상태에선 비상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도록 해놓는 바람에 충돌을 막을 수 없었다.

NTSB는 “우버 엔지니어들이 차량의 잠재적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비상브레이크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도록 해놓았다”고 밝혔다. 우버는 길가의 비닐봉지 같은 물건 때문에 차량이 갑자기 서는 일을 막기 위해 이렇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운전자를 탑승시켜 비상 상황에 대비토록 했으나, 운전자가 딴짓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 NTSB는 우버의 시스템 자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는 자율주행차에 의한 최초의 보행자 사망사고로 기록됐다. 우버 측은 사고 직후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버가 알파벳의 웨이모나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 오토메이션 같은 경쟁 상대를 따라잡기 위해 맹렬히 테스트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토드 험프리스 텍사스대 교수는 “차량의 자동브레이크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고 안전을 운전자에게 맡기도록 한 우버의 결정은 실수”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