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2일 싱가포르에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아일랜드에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 3주 만이다. 중국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들은 생산 기술 및 규모 면에서 한국 기업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후발 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확장하는 동안 국내 투자에 집중한 한국 기업은 회계 문제 등으로 바이오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생산공장 무섭게 키우는 '中 바이오'
◆맹추격하는 중국 바이오

중국 장쑤성 우시에 본사를 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6000만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의약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세우는 첫 공장이다. 한번에 생산할 수 있는 규모는 4500L로 소규모다. 공장 운용 인력은 150명 정도로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과 소규모 상업 생산을 담당하고 초기 단계의 바이오프로세스 개발 연구소도 설립한다. 싱가포르경제개발청(SEDB)에서 재정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크리스 첸 우시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자(CEO)는 “성장하는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싱가포르 공장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아일랜드에 3억9200만달러를 투자해 5만4000L 규모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아일랜드는 4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공장이 완공되면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은 3만L에서 9만L로 세 배로 늘어난다. 중국 산둥 시노바이오웨이 바이오메디슨도 지난달 4억7160만달러를 투자해 바이오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50만L의 생산 규모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36만L로 세계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뛰어넘는다.

◆‘지정학 리스크’ 빠진 한국

올초만 해도 바이오의약품 공장 증설 경쟁의 중심은 한국이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해외에 건립하는 제3공장을 기존 계획보다 3배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들이 유럽, 미국, 중국 등 선진 시장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달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해 국내 투자에 ‘올인’했다. 평균 3만~5만L인 공장 규모를 3~4배 키워 대량생산 체제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대형 바이오리액터(배양기)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효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초기 설비 투자,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소규모 공장을 짓는 이유다.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생산뿐만 아니라 임상 허가에 드는 시간과 비용 비중이 커지면서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다. 중국은 규제 당국과 오랜 시간 협의가 필요해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등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은 회계처리 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해 기업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 이어 셀트리온의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국내 바이오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3공장 건립 지역을 발표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말 4공장 확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신규 투자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관계자는 “속도가 생명인 바이오산업에서 주춤한다면 무섭게 뒤따라오는 중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