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7월1일부터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현재 수입 자동차에 붙는 20~25%의 관세를 15%로, 수입 자동차부품에 붙는 8~25%의 관세를 6%로 인하한다.

중국 재정부는 22일 공고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타결된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는 2.5%인데 중국은 25%”라며 불공정 무역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자동차 관세 인하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이어 지난 20일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지 않고 미국산 제품 수입을 상당량 늘리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구체적인 수입 자동차 관세 인하폭을 발표한 배경이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관세 인하 후 중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율은 평균 13.8%, 차 부품은 6%로 이는 중국 자동차산업 현실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해 122만 대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이는 중국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 2890만 대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의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꺼낸 협상 카드다. 시 주석은 개막 연설을 통해 “중국은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호혜공영의 개방 전략을 굳건히 이행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자동차 관세 인하 등 상품 수입을 늘리는 조치를 통해 경상수지 균형을 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수입관세가 2.5%인 데 비해 중국은 25%에 달한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는 기본적으로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관세율 인하는 미국차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차와 수입차 부품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포드, 테슬라는 물론 독일 BMW, 일본 도요타 등 중국 시장에 완성차를 직수출해온 기업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했다.

중국 현지 생산·판매에 주력해온 한국 자동차기업들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은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완성차가 거의 없지만 자동차 부품은 상당량 수출한다. 따라서 중국의 차 부품 수입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일부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對)중국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33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 협상 결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1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미 발표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미·중 간 합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통신업체 ZTE 제재 여부도 관심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ZTE는 경고를 받은 뒤에도 여러 번 법을 어겼다”며 “완전히 제재를 면제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ZTE가 경영진과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대신 미국 정부는 제재를 풀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뉴욕=김현석 특파원/추가영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