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노조까지 분열…"왜 하필 '정상회담' 날짜냐!"
총수 일가의 최근 사태에 항의하는 뜻으로 27일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 직원 촉구대회'를 열기로 했던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대한항공노동조합·조종사노동조합·조종사새노동조합) 중 조종사새노조가 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26일 조종사새노조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과 겹치는 집회 날짜, 경영정상화 촉구대회에서 임금협상 논의 부적절성 등이 불참 이유다. 이러한 사안을 두고 노조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정재승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KAPU) 수석부위원장은 "사상 첫 3개 노조가 함께 하는 집회였기 때문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회사 측에 주장하는 내용과 관련해 3개 노조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일반노조, 조종사노조, 조종사새노조 등 3개의 노조로 구성돼 있다. 조종사새노조는 조종사노조에서 탈퇴한 경력직 출신 조종사들이 중심이 돼 2012년 만든 노조다.

3개 노조는 당초 오는 27일 열릴 집회에서 ▲ '오너 갑질' 재발방지 약속 ▲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 즐겁게 일 할 권리 보장 ▲ 2017년 임금협상 해결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집회에서 사측에 임금협상 문제를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조종사새노조 내부에서 논란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새노조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상황에 임금협상을 주장하는 게 말이 되냐", "경영정상화를 원하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집회 일자 역시 새노조가 불참을 선언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3개 노조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는 27일 오후 12시10분~12시50분까지 40분간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조종사새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더 많은 참석과, 이번 사태에 대한 대중들의 더 많은 관심을 위해 날짜 변경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도 "노조의 공지가 나오자마자 직원들끼리 '왜 하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었다"며 "정상회담에 쏠릴 언론과 여론의 눈을 피해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어용노조'의 면모를 드러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나머지 2개 노조는 경찰 신고가 필요한 집회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가장 빠른 시일일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촉구대회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향후 경영 참여 계획에 대한 각 노조원들의 입장차도 존재했다.

정 부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경영 퇴진에 대한 각 노조의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 외에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향후 집회 참여에 대한 계획은 다른 노조와 추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현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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