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겸 암호화폐 연구센터장.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겸 암호화폐 연구센터장.
“국내에 암호화폐를 만들려는 회사는 많은 반면 개발자는 매우 적습니다. 해외로 일거리가 넘어가고 있어 개발자 양성이 시급합니다.”

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사진)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개발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은 암호화폐 연구센터를 국내 최초로 개소했다.

김 교수는 “국내 암호화폐 개발자는 100여명 수준에 그쳐 대다수의 프로젝트가 벨라루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인도 등의 개발자에게 넘어가고 있다”며 “우리 인력을 키워서 개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방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ICO가 해외에서 진행되는 탓에 불필요한 국부유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암호화폐 개발 단계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대학에 암호화폐 관련 기관이 생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디지털 커런시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를 설립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며 개인 신용도 평가, 의료기록 관리,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발행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개발자가 부족하니 수준이 낮은 블록체인을 만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김 교수는 “개발자가 없어 메인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는 곳도 있고 9년 전 비트코인 수준의 블록체인을 구현한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 블록체인을 개발하려면 2030년 환경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데 2009년 수준을 지금 구현하면 실패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가 2030년을 제시한 것은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블록체인의 보안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지금의 암호기술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양자컴퓨터가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컴퓨터가 지금 속도로 발전할 경우 2030~2040년이면 지금의 기술로는 암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경우 ‘머클트리(Merkle Trees)’, ‘디피-헬만(Diffie-Hellman) 키 교환’ 등의 이론을 사용하는데 이 이론들은 1970년대 발표된 것들”이라며 “지금보다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견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네트워킹, 인센티브 설계 등 기술도 연구해야 다음 세대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은 오는 9월 ‘재교육형 계약학과’로 블록체인공학과를 신설하고 학생을 받기로 했다. 소속된 기업이 있고 기업에서 등록금의 50% 이상을 내줘야 지원할 수 있지만, 벌써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ICO를 마친 업체 등에서 지원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장기적으로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설계 등에서 기술 부족을 겪는 업계에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