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양국 기업인들과 함께 23일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노이=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양국 기업인들과 함께 23일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노이=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실질적 경제협력 강화를 내용으로 한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202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1000억달러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교역액 4위인 베트남이 한국의 ‘빅3 경제 파트너’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다낭에 이어 올해 첫 순방지로 베트남을 방문해 ‘경제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 "한반도에 평화정착 되면 한국·베트남 기업 투자기회 늘 것"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문 대통령은 쩐다이꽝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말에서 “양국 간 교역액은 작년 한 해에만 40% 이상 증가해 640억달러에 달했고 한국은 베트남의 2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국이 됐다”며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 1000억달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 베트남이 우리의 3대 교역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000억달러 교역액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체 국가와의 교역 목표인 2000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양국 정상은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촉진하며 역내 자유무역체제 확대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쩐다이꽝 주석은 양국의 경제협력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대규모 인프라·에너지 투자사업 참여와 국영기업의 민영화, 상업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쩐다이꽝 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 직후 6건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교역 1000억달러 달성 액션플랜’은 경제협력 분야 양국 정부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베트남의 소재부품과 자동차, 식품가공, 섬유·신발, 유통·물류 분야의 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문 대통령은 쩐다이꽝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 불행한 역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참전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에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호찌민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 비핵화·평화 기회 안 놓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하노이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은 이제 막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경제인 여러분의 성원과 도움이 큰 힘이 됐다”며 경제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한·베트남 양국) 경제인 여러분에게 더 많은 사업과 투자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은) 산업화 과정에서 인구 집중, 교통 체증,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저는 아세안이 직면한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작년에 교통·인프라, 에너지, 수자원, 정보통신 4대 분야의 경제협력을 제안한 바 있고 이미 도로, 발전소, 석유화학단지, 신재생에너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베트남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