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열린 제20회 토리노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측 이보라(왼쪽), 북측 한정인 기수가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열린 제20회 토리노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측 이보라(왼쪽), 북측 한정인 기수가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기로 결정됐다. 어떤 선수가 한반도기를 드는 공동 기수로 나설지 관심거리다. 앞선 아홉 번의 공동 입장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에는 ‘남남북녀(南男北女)’ 공동 기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에 따르면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 때 ‘기수는 남북에서 한 명씩, 남자 선수 한 명과 여자 선수 한 명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남북은 ‘코리아(KOREA)’라는 명칭으로 한반도기를 함께 든 공동 기수를 앞세워 입장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COREA’를 쓴다.

남북 공동 입장이 시작된 건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다. 이후 마지막 동시 입장이던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까지 공동 기수는 남녀북남→남남북녀 사이클을 반복했다. 시드니올림픽에선 우리 정은순(여자농구)과 북한의 박정철(유도)이 남녀북남으로 짝을 이뤄 입장했다.

이어 안방에서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황보성일(핸드볼)-이정희(여자축구)가 남남북녀로 등장했다. 2003년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은 김자연(바이애슬론)-강현수(빙상)가 남녀북남으로, 같은 해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최태웅(배구)-김혜영(펜싱)이 남남북녀로 입장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구민정(배구)-김성호(농구)가 남녀북남, 2005년 마카오동아시안게임에선 양희종-유현순(이상 농구)이 남남북녀의 주인공이었다. 이어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은 이보라(스피드스케이팅)-한정인(피겨)이 남녀북남, 같은 해 도하아시안게임은 이규섭(농구)-이금숙(여자축구),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은 오재은(여자 알파인스키)-이금성(남자아이스하키)의 남녀북남이었다.

남녀북남과 남남북녀가 교차하는 패턴을 따른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남북녀 차례다. 아홉 차례 공동 입장에서 우리는 모두 선수를 기수로 내보낸 데 비해 북측은 감독과 임원도 한반도기를 든 적이 있다. 시드니올림픽 때 북한 기수이던 박정철은 유도 감독이었고, 아테네올림픽 때 김성호는 농구 감독,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 때 강현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임원이었다.

평창에서 남측 남자 기수는 개막식 참가 일정이 경기력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단체 종목인 아이스하키 선수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 종목 선수가 남측 기수로 나설 수도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현태(울산시체육회)는 “기회가 된다면 남북 공동 기수를 맡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북측에서도 평창에 참가하는 전체 선수 22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을 파견하는 여자아이스하키에서 기수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10명 가운데 여자 선수는 피겨 페어에서 와일드카드를 받은 염대옥,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이영금, 알파인스키의 김연향 등 세 명이 있다. 북한은 창춘동계아시안게임 때는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 이금성에게 기수를 맡겼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