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이 연초 갑작스럽게 진행되던 엔화강세 현상을 진정시켰습니다. 세계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해온 일본의 개인 외환 투자자들이 환율시장의 급변동을 잠재웠다는 평가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9일 장기국채 매입을 줄인다고 밝히면서 연초 급속히 진행됐던 엔화 값 상승 국면이 18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18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111엔대 초반을 오가고 있습니다. 전날 4개월만의 최고인 달러당 110.19엔까지 엔화 값이 뛰었던 것에 비하면 1엔 가량 엔화 값이 떨어진 것입니다.

엔화 값이 달러당 110엔선을 경계로 강한 ‘장벽’을 맞이한 것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외환증거금(FX)거래를 하는 일본 개인투자자, 세칭 ‘와타나베 부인(미시즈 와타나베)’의 영향이 미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엔화 값이 오르자 일본 개인들이 ‘엔화강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해 역으로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주말인 12일 현재 엔화 대비 달러 매수 비율은 73.0%로 전 주말(63.8%)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4개월만의 최고치 수준으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산 것입니다.

일본의 기관투자가들도 엔고 국면에서 외채 투자를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엔화 값을 진정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의 7~13일간 중장기 외채 순매수액은 9535억엔(약 9조1558억원)으로 2017년 7월30~8월5일 이후 최고치였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엔화 값이 달러당 110엔대가 꼭지라고 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시장이 그렇게 움직였다는 해석입니다.

앞서 외환시장의 큰 흐름은 다소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일본은행이 잔존 만기 10년 이상 25년 이하의 일본국채 매입 규모를 종전보다 100억엔(약 959억7000만원) 줄어든 1900억엔(약 1조8234억원) 수준으로 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본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당 112엔대 후반에서 113엔대 초반을 주로 오가던 엔화값이 9일부터 갑자기 달러당 111엔대로 뛰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사전 작업이 아니겠냐고 금융시장이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이 잔존 만기 10년 이상 25년 이하의 일본국채 매입액을 줄인 것은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기에 나온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은행은 잔존 만기 25~45년물 국채의 매입 규모도 종전 900억엔(약 8638억9000만원)에서 800억엔(7679억400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최근 들어 몇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 양적완화 종식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은행의 조치 직후 나온 시장반응과 달리, 와타나베 부인들은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의 방향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의 시선이 엇갈린 것일까요. 아니면 둘 중 하나는 잃을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일까요. 엔화 값 변동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베팅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신도 예측하기 어려운 게 환율’이라고 하는데 과연 누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을까요.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