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총리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 기업과 함께 몽골의 친환경 농식품을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국을 택한 후렐수흐 총리는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총리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 기업과 함께 몽골의 친환경 농식품을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국을 택한 후렐수흐 총리는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몽골의 푸틴’으로 불리는 오흐나 후렐수흐 총리(50)가 첫 해외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러시아와 중국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다.

후렐수흐 총리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몽골은 형제의 나라”라며 양국 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접견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소개하며 “이는 양국 관계가 그만큼 발전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다자주의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몽골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광업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몽골에도 한국의 투자와 경험이 절실하다. 후렐수흐 총리가 “광물자원과 농축산물에 기반한 제조업 및 풍력·태양력 전력 생산 분야에 한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기술 협력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한 이유다.

후렐수흐 총리는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구로 군인 출신다운 풍모를 지녔다. 그는 빠른 의사 결정력을 갖춘 ‘강한 리더십(스트롱맨)’으로 정평이 나 있어 러시아 총리를 지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자주 비교된다. 이원집정부제 성격이 강한 몽골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교·국방·사법을, 의원 투표로 선출되는 총리가 경제와 국내 문제를 담당한다. 그는 다수당인 인민당 소속으로 할트마 바툴가 대통령(민주당)과는 다른 정파다.

[한경 인터뷰] "몽골·중국 접경지 자유무역지대 조성 추진… 농식품·에너지 투자해 달라"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습니까.

“문 대통령이 좋은 소식을 줬습니다. 임기 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양국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제3의 이웃’입니다. 실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가장 중요한 이웃이죠. 한국과 몽골은 ‘형제의 나라’입니다. 같은 우랄알타이어(語) 계통으로 인종도 비슷합니다. 몽골은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평화·안보에 대해 한국과 같은 입장입니다. 몽골은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발전하는 것을 외교 우선순위로 삼고 있습니다. 이 총리가 초청해준 걸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방한에서 내실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롱맨’ ‘몽골의 푸틴’으로 불리는데 맘에 드는지요.

“겉모습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만 마음이 더 강합니다. 지도자는 마음이 강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그래야 국민이 지도자를 신뢰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원자재값에 나라 경제가 출렁이는 광업의존형 산업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몽골 수출액의 80%를 광산물이 차지합니다. 경제 다각화는 몽골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속가능 발전 2030’ 정책을 통해 경제 다각화, 농업 및 제조업 발전 목표를 세웠습니다. 광활한 평원에서 자란 친환경 농식품이 ‘제2의 석탄’이 되길 기대합니다.”

▶어떤 분야의 경제 협력을 기대합니까.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거대 시장과 이웃하고 있는 운이 좋은 나라입니다. 운송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접경지대인 자민우드에 물류 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중국 얼롄과 자민우드를 잇는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방안을 중국과 논의 중입니다. 몽골을 교두보 삼아 중국 시장에 수출하려는 한국 기업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 기업과 함께 몽골의 친환경 농식품을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몽골은 태양광·풍력 에너지 자원이 풍부합니다. 연 1만3000테라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문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협력 차원에서 제안한 몽골·중국·한국·일본을 잇는 역내 최대 에너지사업인 ‘아시아 슈퍼그리드’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일본 기업도 몽골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중국의 투자는 대부분 광업, 건설 분야에,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은 무역, 요식업, 서비스 분야 투자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광물자원 및 농축산업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과 에너지 분야에 한국이 적극 투자해주길 바랍니다. 건설·인프라, 금융, 관광,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협력할 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306만 명의 적은 인구도 약점입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70%가 35세 이하로 젊은 나라입니다. 몽골 사람들은 평균 교육수준이 높고, 빨리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압니다. 한국에서 양말공장에서 일했던 몽골인들이 몽골에서 ‘양말’이란 중소기업을 세우는 등 성공 사례가 많습니다.”

▶양국 정부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추진 중인데요.

“EPA는 양국 간 무역과 투자가 증가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허물고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기술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양국 경제 협력 확대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몽골은 동북아 모든 국가와 친합니다. 북한과도 올해로 70년째 수교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대화의 길로 해결해야 합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고 북한 예술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게 돼 기쁩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신북방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이면 한·몽골 수교 30주년이 됩니다.

“양국 관계가 빠르게 발전한 것은 국민 덕분입니다. 2017년 양국 방문자 수가 17만 명에 달합니다. 한국에 장·단기로 거주하는 몽골인은 4만6000명으로 세계 국가 중 최다입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 거리에 형제의 나라 몽골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더 많은 한국인이 몽골 평원에서 말을 타고 달려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원자재값 상승·IMF 구제금융 등에 업고… 다시 뛰는 몽골 경제
2016년 GDP 증가율 1%대 그쳐… 세계은행 "2019년 8% 넘을 것"

[한경 인터뷰] "몽골·중국 접경지 자유무역지대 조성 추진… 농식품·에너지 투자해 달라"
몽골 경제가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 영향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몽골은 수출액의 80%를 석탄 구리 등 광산물이 차지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몽골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12.3%에서 2016년 1%까지 곤두박질쳤다. 석탄 구리의 가격 하락 여파로 수출 시장이 위축되고 광산 분야 외국인 투자가 급감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재 시장 회복세로 다시 4% 성장세로 반등에 성공했다. 상반기에만 광산 분야 투자가 13.2% 증가하고, 석탄 수출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도 경기회복의 동력이 됐다. IMF는 몽골에 2017~2019년 18개월간 4억4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확대금융 프로그램을 이행하기로 했다.

IMF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55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몽골 경제 살리기에 쓰일 예정이다. 세계은행, ADB, 일본과 한국이 30억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이 3년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150억위안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은행은 2019년 몽골의 GDP 증가율이 8%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값만큼이나 외국인 투자도 몽골 경제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몽골은 2011년 오유톨고이 광산에 대한 투자 수요로 인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8억8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76%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원자재값 하락 여파로 외국인 투자가 급감했다. GDP 증가율이 1%로 떨어진 2016년엔 44억19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는 IMF의 구제금융 결정으로 풀어졌다. 지난해 3분기 IMF 차관 등 4억6700만달러 규모의 FDI가 유입됐다.

FDI의 70% 이상은 광물 개발에 집중돼 있다. 1990~2017년 FDI 누적액 기준 대(對)몽골 투자의 선두 국가는 중국(28.7%)과 캐나다(26.7%)로 광산 개발 국가들이다. 한국은 1.2%로 12위다.

199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한국의 대몽골 FDI 누적총액은 4억4457만달러에 불과하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총리가 한국을 공식 방문한 지난 16일 한국 정부는 한·몽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 5억달러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