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키즈
카카오키즈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들도 ‘동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부터 부모를 겨냥한 관리 프로그램까지 제공 범위도 다양하다. 미래 이용자를 선점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PC가 유아들에게 해롭다는 인식도 벗어버리기 위한 전략이다.

◆페이스북, 13세 이하 어린이 전용 메신저

페이스북 ‘메신저 키즈’
페이스북 ‘메신저 키즈’
페이스북이 지난 4일 미국에서 시범적으로 내놓은 ‘메신저 키즈’는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메시지 앱(응용프로그램)이다. 부모가 자녀의 휴대폰이나 태블릿PC에서 앱을 다운로드받아 프로필을 만들고 문자와 영상 통화할 수 있는 친구 및 가족을 승인하도록 했다. 성적 위협이나 폭력적 콘텐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직접 대화 상대를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부모는 본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를 관리할 수 있다. 자녀들의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앱 개발 과정에서 아동 발달 전문가, 학부모 교사 협의회,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블로그를 통해 “특별히 제작된 선제적 안전 필터는 아이들이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성적 내용, 폭력적 콘텐츠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전담 지원팀이 유해 콘텐츠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로그는 또 “메신저 키즈를 이용하면 할머니와 대화할 때 귀여운 증강현실 마스크나 스티커를 사용해 어색한 침묵을 줄이면서 훨씬 더 재미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어린이들이 가족과의 페이스북 그룹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달 20억 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메신저의 미래를 더 어린 사용자들에게 맞추고 있다”며 “메신저 키즈는 13세 이하 어린이를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최초의 주요한 진출”이라고 분석했다. 이 앱이 어린이에게 인기를 얻을 경우 페이스북은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가족 간 메신저 내용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쥬니어 네이버
쥬니어 네이버
◆유튜브·네이버·카카오도 유아 콘텐츠 제작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 ‘유튜브 키즈’를 내놨다. 2015년 2월 미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올 5월 한국에도 상륙했다. 어린이 시선에 최적화된 큰 이미지와 단순한 아이콘이 특징이다. 작은 손가락으로도 간편하게 동영상을 볼 수 있고 음성 검색도 가능하다. 부모가 자녀의 시청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콘텐츠를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와 입학 후 어린이로 구분해 부모는 자녀 연령대에 맞는 것만 보도록 설정할 수 있다. ‘타이머’ 기능을 활용하면 정해진 시간에만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검색 설정에선 특정 동영상이나 채널을 차단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도 접속 화면에 ‘키즈’ 탭을 별도로 제공하는 등 유아용 콘텐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청자가 스토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 여러 갈래의 분기점을 만들어 선택에 따라 결말도 바뀌도록 하는 양방향 서비스다. 시청자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 13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선택한 경우의 수에 따라 시청 시간은 최소 13분, 최대 39분이다.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해 선호하는 선택지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넷플릭스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다른 결말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제작사와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도 올해 출시 18주년을 맞는 쥬니어네이버(쥬니버)에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하는 등 사용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네이버의 음성합성 기술 엔보이스(nVoice)를 활용해 문자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음성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AI 스피커에서 키즈 콘텐츠 활용 비중이 커질 것에 미리 대비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올 4월 유아 콘텐츠 전문 플랫폼 ‘카카오키즈’를 개설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는 2015년 4월 어린이 포털 ‘다음키즈짱’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키즈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끼고 새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튜브 키즈
유튜브 키즈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이 같은 IT 기업들의 ‘동심 잡기’가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 이용자를 자신들의 ‘가두리’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유튜브에서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폭력·선정적인 행동을 하는 영상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아동들에게 노출된 ‘엘사 게이트’처럼 부적절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된다.

어린이용 메신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니 라데스키 미시간대 교수는 “내가 부모여도 어린 자녀가 메신저 앱을 사용하기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12세 이하 어린이는 메시지 앱을 쓰기엔 너무 어리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유아 대상 시장이 성장 추세여서 인터넷 기업들의 이 같은 서비스 확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