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脫)원전·탈석탄을 주요 내용으로 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14일 국회에 보고한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내년 조기 폐쇄하고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와 신규 석탄발전소 일부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기 위해 양수발전소 3기를 짓기로 하는 방안도 포함되는데 양수발전소는 환경단체들이 건설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삼척 화력발전소, LNG 전환 않고 석탄발전으로 건설
노후 석탄도 LNG 전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월성 1호기의 당초 수명은 2012년까지였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를 10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이 반발해 수명 연장 처분 무효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원안위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 판결에 따라 월성 1호기가 내년 1월부터 수명 만료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은 1조4991억원의 전력 판매 손실을 입는다는 분석(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정부가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힌 신규 원전 6기(천지 1·2호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장소 미정인 2기)도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지며 건설이 공식 백지화됐다.

SK가스 등이 짓고 있는 당진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는 정부 방침대로 LNG발전소로 전환한다. 발전소는 충남 당진에 건설하지 않고 울산과 충북 음성에 나눠 짓기로 했다. 1160㎿였던 설비 규모는 총 1960㎿(980㎿ 2기)로 늘어난다.

다만 삼척 포스파워 석탄발전소 1·2호기는 LNG발전소로 전환하지 않고 예정대로 석탄발전소로 짓기로 했다. 포스코에너지는 그동안 이 발전소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며 정부의 LNG발전소 전환에 반대해왔다.

석회석을 채굴하던 폐광산 부지가 발전소 이외의 용도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LNG 전환이 취소된 이유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일부도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건설된 지 20년 이상 된 태안 1·2호기, 삼천포 1·2호기가 대상에 포함됐다.

양수발전소 3기 건설

8차 전력수급계획에는 600~800㎿급 양수발전소 3기 건설 계획도 들어 있다. 양수발전소란 심야에 남아도는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저수지로 퍼 올리고, 전력 수요가 많아질 때 그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다. 국내에는 양수발전소 7기가 있다. 신규 발전소를 어디에 건설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태양광 풍력 위주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던 정부가 양수발전소를 전력수급계획에 넣은 것을 두고 “태양광 풍력만으로는 전기 생산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양수발전소는 환경 훼손 위험이 있어 환경단체가 건설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상부와 하부에 대형 저수용 댐을 지어야 하고 산 정상부에서 수직으로 대형 수로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125㎿급 LNG발전소가 건설된다. 제주는 ‘탄소제로 섬’을 만든다며 그동안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짓지 않았다. 석유발전소만 세 곳이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자 전체 사용량의 40%를 송전선을 통해 육지에서 끌어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