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예상 배출량의 85%로 잡은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닙니까?”(석유화학업계 관계자)

'온실가스 배출권 15% 감축'… 정부 내년 목표에 뿔난 기업들
2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차 배출권 할당계획 공청회’는 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내년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5억3846만t으로 정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산업계에 제시했다. 이는 예상 배출량보다 15%가량 적은 것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비롯해 공청회에 참석한 200여 명의 업계 관계자는 정부안에 대해 우려와 의구심을 쏟아냈다. 정부가 내년도 배출권 할당량을 2014~2016년 연평균 예상 배출량(인정량) 대비 85.3%로 설정한 것에 특히 불만을 표시했다. 그동안 설비 신·증설 등으로 예상 배출량은 대폭 늘었는데 배출권은 제1차 배출권 할당계획(2015~2017년) 기간과 같은 양만 주겠다고 해서다.

정부의 할당량이 적어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하면 기업들은 그만큼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해 채워야 한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철강업계 한 참석자는 “이 정도면 기업으로선 굉장히 많은 감축 부담을 안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참석자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애초 무리하게 제시해놓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너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되는 제2차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정부가 기업에 돈을 받고 배출권을 파는 유상할당 제도의 시행 역시 1년 미뤄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본지 11월24일자 A14면 참조

정부의 배출권 거래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데 대해 한 기업인은 “할당량 결정 기준이 왜 1차 때와 달라졌는지 궁금하다”며 “2021년부터 적용되는 3차 계획에서 또 바뀌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수급 불안으로 배출권 가격이 t당 3만원 가까이 치솟은 상황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기재부는 “내년 6월까지 배출권 구입 수요가 4000만t 정도로 추정된다”며 “배출권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내놓는 물량 3000만t에 정부가 보유한 예비 물량 3000만t 등을 더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