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의 블루칩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 속도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압구정초교 이전, 역사문화공원 부지 등에 반대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 일대의 재건축 밑그림이 될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또다시 부결된 탓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연내 처리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 번째 퇴짜' 맞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압구정초교 이전, 주민협의 더 해야”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 115만㎡를 통합관리하는 도시단위계획이다. 미성 현대 신현대 한양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1만여 가구와 현대백화점 본점, SM엔터테인먼트 본사, 갤러리아 명품관 등을 9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누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세 번째 퇴짜' 맞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지정안이 보류판정을 받았다. 올 5월과 7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심의에서 서울시가 상정한 지구단위계획안에 큰 이견은 없었지만 초등학교 문제가 쟁점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도로계획과 광역 통경축 확보를 위해 압구정초교를 성수대교 방면으로 300m가량 이전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초등학생의 통학 거리가 늘어나고 도로변에 자리잡아 미세먼지 노출과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압구정 주민 2700여 명은 초등학교 이전 반대 성명을 강남구청에 전달한 상태다. 결국 이번 심의에서는 주민과의 사전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구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설계된 역사문화공원과 관련해서도 주민 및 강남구청과 추가협의를 거치라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는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뒤편인 12, 13동 한강변 인근에 약 2만6440㎡ 규모로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단지 내 가장 입지가 좋은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관계획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지구가 워낙 면적이 크고 중요한 지역이다 보니 지구단위계획을 신중하게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제기된 만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세부사항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지구단위계획 확정 어려울 듯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심의에서 또 한 차례 보류되면서 연내 확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지적사항 보완 등을 거치면 빨라도 내년 상반기 재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밑그림 확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을 위한 단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5구역(한양1·2차)은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도 추진위 설립 승인을 받았다. 3구역(구현대1·2차)은 추진위 구성을 위한 용역사를 선정 중이고 1구역 역시 조만간 관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지역에서 공공시설을 설치할 부지를 제공하면 건폐율을 완화해준다. 고층부 벽면한계선 규제도 폐지됐다. 벽면한계선은 도로를 지나는 사람의 보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을 도로에서 일정 거리 후퇴시켜 건축하도록 하는 규제다.

또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 건물 벽면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무역협회와 파르나스호텔, 현대백화점에서 제안했다. 다만 서울시는 공개 공지와 전면 공지에는 공익적 공간의 성격, 주변 지역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은평구 역촌역세권 지구단위계획안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정비가 가능해지고 건폐율 기준도 완화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