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이 낮아서 청약은 꿈도 못 꿔요.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오선미 씨(34)는 아파트 잔여가구 추첨 분양이 있을 때마다 휴가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찾는다. 청약가점이 20점대밖에 되지 않아 청약으로는 당첨을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지난달 서울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 아르테온’의 모델하우스엔 주말 4만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단지는 평균 1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한경DB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지난달 서울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 아르테온’의 모델하우스엔 주말 4만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단지는 평균 1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한경DB
최근 분양시장에선 오씨 같은 젊은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의 가점제 적용 비율이 확대되자 지레 청약을 포기하고 ‘뽑기 운’을 기대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작정 추첨을 기대하기보단 우선 청약통장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타입 노리는 것도 전략”

1순위 청약조건이 까다로워졌어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하지만 극심한 온도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인기 단지 내에서도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주택형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경쟁이 덜한 곳도 있어서다. 한 대형사 분양관계자는 “이른바 ‘로열동’과 ‘로열층’에 배정되는 주택형은 투자수요까지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며 “실수요자라면 이를 피해 비인기 주택형을 노려보는 게 당첨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가재울뉴타운에서 선보인 ‘래미안 DMC 루센티아’는 가구 배치에 따라 경쟁률에 큰 편차를 보였다. 단지 중앙을 바라보거나 광장을 끼고 있어 조망이 뛰어난 전용면적 84㎡A와 84㎡C는 각각 20.2 대 1과 17.2 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미계약물량 추첨 노릴 땐 '우선순위' 필수
반면 대로변인 전용 84㎡B는 6.0 대 1을 기록해 당첨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 단지와 떨어져 배치된 전용 84㎡D와 84㎡E도 한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전용 84㎡D는 당첨자 ‘커트 라인’인 최저가점이 37점으로 전체 주택형 가운데 최저였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상일동에 공급한 ‘고덕 아르테온’ 역시 단지 안쪽에 배치된 주택형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같은 판상형 구조임에도 로열동에 포함된 가구와 정남향 배치가 많은 전용 84㎡A는 11.7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동향 가구가 다수 포함된 전용 84㎡C는 절반 수준인 6.3 대 1로 집계됐다. 전용 84㎡ 가운데 탑상형인 나머지 두 주택형은 각각 4.7 대 1과 4.8 대 1의 경쟁률로 주택 구조에 대한 수요자의 선호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 아파트에 청약했던 유창석 씨(62)는 “탑상형의 경우 자녀방으로 쓰이는 보조침실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등 거실을 기준으로 가족의 생활반경이 완전히 나뉘는 구조여서 청약 대상으로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점이 낮다면 이처럼 선호도가 높지 않은 주택형을 노리는 것도 청약 전략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면목동에서 분양한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는 판상형과 탑상형의 커트 라인 차이가 컸다. 판상형인 전용 84㎡A형은 4.3 대 1의 경쟁률에 커트 라인이 35점이었지만 탑상형인 84㎡B형은 2.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22점으로 서울에서 보기 드문 20점대였다.

추첨 땐 우선순위 세워야

청약에 실패해 잔여가구 분양 등 미계약 물량을 노릴 때도 계산을 세워야 한다. 특히 모든 잔여가구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고 분양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후순위 또는 예비순위 당첨으로 자신의 차례가 됐을 때는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 동·호수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호수 선택에서 필요 이상으로 시간이 지연되면 다음 순번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추첨 참가는 1인 1건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 등 가족과 함께 참여할 때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직계존·비속 명의로 계약을 희망한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해둬야 당첨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