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지난 7일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지난 7일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e스포츠협희 후원금 횡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인과 연관된 다른 민간단체나 협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9대 국회에서 전병헌 의원실 비서관을 지낸 윤모씨와 김모씨, 자금세탁 브로커 배모씨 등 3명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법원은 앞서 이날 오전 2시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자금세탁) 등 혐의를 적용했다. 윤씨는 추가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위원인 전 수석의 보좌진이라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2015년 4월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둔 롯데홈쇼핑이 같은 해 7월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후원금 3억원 중 1억1000만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배씨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두 곳을 이용해 e스포츠협회와 거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 등의 횡령액 사용처와 청탁 여부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수사는 전 수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뇌물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당시 방송 재승인에 실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 수석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윤씨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전 수석도 같은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2년 당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기부하도록 SK그룹에 압력을 행사했다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이 정치권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피의자로부터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e스포츠협회 외에도 정치인과 연루된 다른 민간단체나 협회에서도 기업 후원금을 받고 일부는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과 기업을 동시에 압박하고 후원금을 받아 불법으로 사용한 사례를 찾아보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여당 인사 주변을 수사하는 것을 계기로 야당으로 수사망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중진급 인사 중 민간단체나 협회 회장을 맡은 경우가 많아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의원 비리 수사를 맡게 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르면 내년에 신설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