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 땅 밑에 '태양광 도시' 짓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지상에 축구장 4개 크기가 넘는 대형 녹지 공원(사진 위)이 생기고, 땅밑 공간에는 지하 4층까지 햇빛이 드는 광역복합환승센터(아래)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현상설계 공모 당선작으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한 정림건축 설계 컨소시엄의 ‘빛과 함께 걷다’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페로는 지하를 활용한 건축 설계로 유명하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 프랑스 국립도서관, 유럽연합(EU) 대법원 청사 등을 설계했다.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지하 6층 깊이, 연면적 16만㎡로 짓는다. 국내 지하공간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위례~신사선 등 5개 광역·지역 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 버스 환승정류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시장, 도서관, 박물관, 쇼핑몰 등 공공·상업시설도 들어선다. 무빙워크 등을 이용해 인근 삼성역과 봉은사역, 코엑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과 동선을 연결할 계획이다.

정림건축 컨소시엄은 태양광 흡수 설계를 적용해 지하 4층 깊이까지 자연광이 스미게 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삼성역부터 봉은사역 사이 구간에 560m 길이 태양광 라이트빔을 설치할 계획이다. 라이트빔이 태양광을 흡수·집적해 지하로 난반사시켜 시설을 밝힌다는 설명이다. 시설 곳곳에는 지상부터 이어지는 태양광 파이프를 심어 빛을 지하로 퍼뜨린다.

환승센터 상부인 지상에는 3만㎡ 규모 녹지 공원을 건설한다. 이를 위해 영동대로 일부(480m) 구간을 지하화한다. 광장 중앙은 콘서트나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비워놓은 공간으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정림건축 컨소시엄과 설계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을 거쳐 오는 12월 설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내년 1월 기본설계에 착수해 이듬해 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광역복합환승센터는 2023년 완공이 목표다.

정수용 서울시 지역발전본부장은 “현재 타당성을 검토 중인 남부광역급행철도 등 새 노선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환승센터를 짓는다”며 “서울의 관문이자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