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 기업인 증인 부를 자격 있나
“어디다 삿대질이야.”(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완장질 좀 그만하라. 창피한 줄 알라.”(권성동 법사위원장)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막말 구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 이력이 있는 이헌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게 세월호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김진태 의원이 “구조공단 업무를 질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제동을 걸면서 마찰이 생긴 것이다. 박 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못할 이유가 뭐냐”고 반발하면서 여야 간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다.

‘문재인 정부 첫 국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과거사 정쟁에 매몰되고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법사위는 국감 첫날인 지난 13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행체제를 지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비판이 빗발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여야 지도부까지 입씨름에 나서면서 ‘김이수 논란’은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박근혜 정부 당시의 세월호 사건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피감기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과거 정권에서 반정부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을 감시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을 두고 홍역을 치렀다. 국감 시작 후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과거사에 갇힌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수백 곳 피감기관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국감을 치른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감 진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12억~13억원에 이른다.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하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정쟁만 일삼고 있다. 오히려 증인을 호통치는 데만 골몰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19일엔 정무위원회 국감(공정거래위원회 대상)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11명)의 갑절인 20여 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나온다. 이른바 ‘호통 국감’이나 ‘갑질 국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인을 너무 많이 부르고 온종일 전혀 질문도 하지 않고 앉혀 놓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을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