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과 가전제품의 음성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 프로그램을 통합했다. 휴대폰용으로 개발한 음성 AI 서비스 ‘빅스비’를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전격 공개

삼성의 모든 IT·가전 '빅스비2.0'으로 통합
삼성전자는 18~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콘퍼런스(SDC) 2017에서 ‘빅스비 2.0’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일부를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SDK는 회사 외부에 있는 제3의 개발자들이 빅스비 2.0과 같은 AI 플랫폼이나 운용시스템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모음이다.

삼성전자가 빅스비의 SDK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빅스비 2.0 개발이 지연돼 SDK 공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순차적으로 SDK를 공개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말했다. 빅스비 2.0은 지난 5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내놓은 삼성의 음성 AI 서비스다.

삼성은 이번 2.0 버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특징으로 개방성과 호환성을 꼽았다. AI 생태계 확산을 위해 빅스비의 연관 기술 및 플랫폼을 외부에 최대한 개방할 계획이다. 음성 AI 서비스는 구글의 바둑 AI인 알파고와 같이 자체 학습 기능을 갖춰 데이터가 축적되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IT·가전 개발 소프트웨어 통합

삼성전자는 빅스비 생태계 확산을 위해 스마트폰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등 IT 기기나 가전제품별로 제각각인 SDK도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휴대폰용으로 제작한 앱이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냉장고에 음성 명령을 내려 세탁기를 돌린 후 거실에 가면 TV, 집을 나가면 휴대폰으로 각각 세탁기를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며 “SDK가 통합되면 이런 공통의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IT 기기 간 호환 성능이 앞으로 삼성전자 음성 AI 서비스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 냉장고 TV 등 다양한 IT와 가전제품 시장에서 모두 1, 2위를 하고 있는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음성 AI 서비스는 특화된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쇼핑 사업, 구글의 어시스턴트는 검색 분야에 강점을 갖는 식이다.

◆사업부 간 협업 통한 시너지 효과

삼성전자는 빅스비 2.0을 위해 서로 다른 사업부 간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무선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등이 제각각 음성 AI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사업부 간 시너지를 위해 무선사업부 주관으로 개별 사업부의 음성 AI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그 첫 작품이 ‘빅스비 2.0’이다.

전문가들은 “빅스비의 사업 성과가 기대와 달리 크게 부진한 것도 조직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음성 AI 서비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빅스비의 한국어, 7월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음성인식 오류 등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빅스비 개발총책임자를 교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SDK 공개가 빅스비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음성 서비스 선두주자인 아마존도 지난해 6월 자사의 SDK인 알렉사스킬킷트(ASK)를 공개한 후 알렉사와 연동된 앱(알렉사 스킬)이 급증했다. 지난해 6월 1000개 수준이던 알렉사 스킬은 17일 현재 2만5000개로 불어났다. 빅스비의 응용 앱은 40여 개 수준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