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와 화학 등 정유사의 핵심 사업에 밀려 비주력 취급을 받던 윤활유 사업이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윤활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5% 안팎에 그치지만 이익 비중은 10%를 훌쩍 넘고 있다. 앞으로도 공장 자동화에 따른 기계 수요 증가와 차량 배출가스 규제 등으로 글로벌 윤활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정유사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돈 되는 엔진오일 사업, 정유사 '실적 효자'로
◆실적 안전판 역할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1조4854억원, 영업이익 21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21조9481억원)의 6.7%에 그치지만 영업이익(1조425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저유가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로 실적이 주춤한 지난 2분기에도 SK루브리컨츠는 12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4212억원)의 28%를 책임졌다. 같은 기간 주력인 정제 부문 영업이익은 125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도 윤활유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2분기 전체 영업이익(2100억원) 가운데 윤활유 부문이 514억원을 기록했다. 정제 부문 영업이익은 336억원에 불과했다. 에쓰오일은 아예 정제 부문 영업적자를 윤활유 사업으로 만회했다. 정제 사업은 8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윤활유 사업에서는 12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를 이끌었다.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사업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를 만드는 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2%에 달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도 2분기 못지않은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차량용 윤활유인 엔진오일은 5000㎞ 안팎의 주행주기가 자리를 잡는 등 수요 기반도 탄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활기

정유업계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와 수송용(차량·오토바이) 엔진오일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윤활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윤활유 시장 규모는 2014년 126조원에서 2020년 182조원으로 연평균 7.4%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루브리컨츠는 2006년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하루 정제량 9000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010년엔 일본 최대 정유사 JX에너지와 함께 울산에 2만6000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세웠다. 지크(ZIC)로 널리 알려진 SK루브리컨츠의 엔진오일은 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달엔 오토바이 엔진오일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꼽히는 스페인 렙솔과 손잡고 국내 오토바이용 엔진오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렙솔은 모터사이클 스포츠 최고 대회인 그랑프리 모터사이클 레이싱(Moto GP)에 최고급 오토바이용 엔진오일을 공급하고 있다.

GS칼텍스도 고품질 윤활기유인 ‘그룹3 윤활기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3 시장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심해지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8%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인도와 중국, 모스크바에도 법인과 사무소를 세웠다. 윤활유 부문 전체 생산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 미국 환경보호청 규격에 맞춘 대형 디젤차용 엔진오일을 출시했다. 연비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판매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프랑스 토탈과의 합작사인 에쓰오일토탈윤활유가 판매 중인 ‘S-OIL 7’은 고성능 차량 운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고급 윤활유인 ‘현대엑스티어’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중동과 남미 등 세계 70여개국에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