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회사 상장 추진에 들썩이는 종목들
탄탄한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모회사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자회사 상장에 따라 보유 지분가치가 상승하거나 재무개선 등의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와 게임주들이 고공행진을 하자 관련 자회사를 보유한 코오롱카카오 주가도 함께 날아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호재 줄잇는 카카오게임즈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슈진과 스튜디오드래곤이 하반기 증시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진에어 삼양패키징 아시아나IDT 등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세틀뱅크 크리스에프앤씨 등은 내년 초 상장을 추진 중이다.

자회사 상장을 앞둔 모회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게임 부문 계열사 카카오게임즈를 둔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500원(4.01%) 오른 14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16.2% 올랐다. 지난 7월 카카오뱅크 출범 전후 급등했던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IPO 기대에 다시 한번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펄어비스가 개발한 ‘검은사막’에 이어 블루홀게임즈가 개발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서비스·유통)을 맡아 증시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김한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서비스 효과로 카카오의 매출이 연간 73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IPO를 앞둔 카카오게임즈 주식 3만5주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80%로 높일 예정이다.

오는 11월 바이오 계열사 티슈진의 상장을 앞둔 코오롱 주가도 상승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다수의 바이오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티슈진의 기업가치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패키징·진에어도 주목

상장을 추진 중인 삼양패키징과 진에어는 알짜 회사로 꼽힌다. 삼양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삼양패키징은 국내 페트병 시장에서 3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업체다. 2015년 인수한 효성의 패키징 부문 실적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78.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3.2%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양패키징은 점유율과 수익성 모두 안정적”이라며 “삼양패키징 상장은 모회사 삼양사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의 자회사 진에어가 상장에 성공하면 제주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증시에 입성하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된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에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진에어의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칼 주가는 올 들어 47.6% 올랐다.

IPO를 하면 발행주식과 공모가 산정에 따라 현금이 회사로 유입된다.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의 연결 자기자본 총액도 늘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된다.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상장 이후 지분 매매를 통해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조달한 자금을 자회사의 신규 사업 추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다.

다만 상장 자회사의 공모가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모회사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두산밥캣의 상장 이후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오히려 하락세를 탄 게 대표적인 사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상장이 모회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증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