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기업 수익성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지면서 과연 지금 같은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 연말을 기점으로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611억달러로 지난해 416억달러 대비 47%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IHS마킷이 지난 1분기에 예상했던 올해 시장 규모 553억달러보다 1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IHS마킷은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도 지난 1분기 485억달러에서 최근 505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보다 37.6% 성장한 규모다.
반도체 '슈퍼 호황' 언제까지…
이에 따라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가는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10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대 분기 최고 이익이었던 2분기 8조원을 25%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평균은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 이익을 낸 2015년 5조3361억원보다 2.4배 많은 금액이다.

반도체 호황은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업계 전반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작됐다. 메모리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경쟁을 벌이면서 합종연횡 등을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과점 체제로 재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으로 고성능 서버 시장과 프리미엄 휴대폰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웃돈을 주고라도 메모리칩을 확보하겠다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급구조에 비춰볼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자가 주도권을 갖는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황이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3차원(3D) 낸드 공장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단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내년 이후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IHS마킷은 2018년 D램 시장이 585억달러로 2017년보다 4.3%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만 하더라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