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여론조사 결과 안밝히는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1차 여론조사가 지난 9일 끝났다. 국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계속해야 하는지 묻는 조사였다. 하루 뒤 공론화위는 조사 결과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론 조사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조사가 끝나는 10월20일 한꺼번에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게 공론화위의 설명이다.

공론화위는 7월24일 출범식에서 “모든 공론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공정성이 가장 큰 숙제일 것 같다”며 “객관적으로 아무리 공정하다고 한들 공정하지 않다고 의심받을 만한 점이 있으면 공정성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차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론화위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정부에 불리한 결과가 나와 공개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어도 결과를 비밀로 했을까”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과거 여론조사 업체들의 신고리 5·6호기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공사 중단과 재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4일 조사에선 공사 중단과 재개가 각각 42%, 40%였지만 이달 1일 조사에선 공사 재개가 42%, 중단이 38%였다.

공론화위는 7월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에 대해 “참여진의 의견을 수렴해 어느 부분에서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1차 조사 대상 2만여 명 중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발한 뒤 합숙 등의 과정을 거쳐 의견을 한쪽으로 추리겠다는 것이다. 2~4차 조사는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한다.

1차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찬반 중 어떤 여론이 우세했는지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10월20일 모든 결과를 한꺼번에 발표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1차 조사에서 공사 재개 의견이 우세했는데 4차 조사 결과는 공사 중단이 우세하게 나오면 “정부와 공론화위가 정해진 결과에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반발이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이 국민 반대가 많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결론을 정해놓고 사회적 합의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위원회를 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1차 여론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이 같은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