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bigger things(더 큰 일을 하세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8 공개 행사가 열린 23일 미국 뉴욕의 복합문화센터 파크애비뉴 아모리.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상징인 S펜을 형상화한 막대 모양의 그래픽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 뜬 세 단어의 문구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1500여 명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강력해진 S펜…'움짤' 만들어 메시지 보내고 문장번역도 척척
갤럭시노트8은 삼성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듀얼 카메라(뒷면)를 탑재하고, 화면 확대 시에도 화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 광학 2배줌 기능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담았다. S펜 기능도 단순한 입력도구를 넘어 동영상 편집, 외국어 번역 등으로 확대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신기술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조기 단종된 전작 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털어내고 ‘패블릿(폰+태블릿) 원조’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강력해진 S펜…'움짤' 만들어 메시지 보내고 문장번역도 척척
체험장에서 30분가량 제품을 사용해 본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상징격인 S펜의 진화였다. 갤럭시노트8에는 사용자가 직접 S펜으로 움직이는 GIF 파일(일명 움짤)을 만들어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 메신저로 공유할 수 있는 ‘라이브 메시지’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S펜으로 글자, 도형 등을 그리고 특수효과를 입히면 최대 15초 분량까지 사용자가 그린 순서대로 저장돼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S펜으로 ‘생일 축하해’라고 쓴 뒤 불꽃 효과를 더하자 한 글자씩 반짝반짝 빛나며 대화창에 나타났다.

꺼진 화면에 메모할 수 있는 기능도 유용해 보였다. 전작인 갤럭시노트7에서는 한 장밖에 메모할 수 없었지만 갤럭시노트8으로는 꺼진 화면에서 최대 100장까지 메모할 수 있다. S펜의 번역기 기능도 이젠 단어뿐 아니라 문장 번역까지 지원한다. 또 환율이나 길이, 무게 등 단위 변환 기능까지 갖췄다. 300달러로 표시된 곳에 S펜을 갖다대면 33만9500원이라고 표시해주는 식이다. S펜의 펜팁(펜끝) 지름은 0.7㎜로 실제 필기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마치 0.7㎜ 펜촉의 볼펜을 쓰듯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갤럭시노트8에 처음 탑재된 뒷면 듀얼 카메라의 기능 중에는 ‘라이브 포커스’가 흥미로웠다. 사진에 찍힌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뒷배경을 지우개로 뭉개듯 흐리게 만드는 기능이다. 손가락 하나로 간단히 보정해 마치 전문가가 찍은 듯한 촬영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라이브 스티커’도 젊은 층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가 사람 얼굴을 인식해 귀여운 동물, 재미있는 캐릭터의 마스크를 자동으로 적용해준다. 사진과 동영상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광학 2배줌, 디지털 10배줌의 듀얼 카메라를 장착하고도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 없이 매끄러운 후면을 구현한 것도 체험장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패블릿 원조답게 멀티태스킹 기능도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자주 사용하는 앱(응용프로그램) 2개를 제품 측면 엣지 패널에서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앱 페어(app pair)’가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한 번의 터치로 사용자가 지도와 뮤직플레이어, 전화와 이메일,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서 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이라면 내비게이션 앱과 음악 스트리밍 앱을 조합해 엣지 패널에 넣을 수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8과 비교해 양쪽 엣지 부분의 경사가 다소 가파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S펜을 사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6.3인치 화면에도 한 손에 쥐는 데 무리가 없었다. 외장 메모리 슬롯을 통해 메모리 용량을 최대 256기가바이트(GB) 추가할 수 있다.

제품을 써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18.5 대 9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앞면에 있던 홈버튼이 없어지면서 지문 인식 센서가 뒷면 카메라 오른쪽 옆에 배치됐다. 지문 인식 센서를 터치할 때 카메라를 자주 건드리게 돼 지문을 닦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듯했다.

뉴욕=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