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거래가 몰려 주가가 급락한 종목의 공매도 거래를 하루 동안 중단시키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이 완화된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2주에 한 번꼴로 지정되는 공매도 과열 종목에 새 기준을 적용하면 하루에 한 종목 정도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미 울리는 공매도, 깐깐하게 규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쉬워져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다음달 말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지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당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코스닥은 15%) 이상 △당일 종가가 전날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보다 100% 이상 증가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자동으로 지정됐다. 지정 종목은 다음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앞으로는 공매도 거래 비중 요건이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전체 거래대금의 18%(코스닥은 12%) 이상일 때로 변경된다. 또 공매도 거래 비중의 증가율 대신 공매도 거래 대금의 증가율을 과열 종목 지정 기준으로 판단키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대금이 과거 40거래일 평균 대비 6배(코스닥은 5배) 이상 늘면 대상이 된다. 주가가 하루에 10% 이상 하락할 경우엔 공매도 거래 비중 요건 대신 거래 대금 증가율 요건만 충족해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공매도 과열 종목에 포함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는 유가증권 시장 공매도 과열 종목이 5.2거래일에 한 종목씩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은 16.6거래일당 한 종목이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 시장은 지정 종목이 기존 13.8거래일에서 0.8거래일마다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되는 부작용

일부 펀드매니저는 공매도 거래를 인위적으로 막는 정부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 중단 기간이 끝난 직후에 공매도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지난 4월14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22.1%까지 올라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컴투스는 다음날인 17일 공매도 거래가 중단됐다. 컴투스는 18일 공매도 거래가 시작되자 공매도 거래 비중이 26.4%로 다시 급증했다. 당일 주가는 4.5% 하락했다.

에스에프에이도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뒤 거래 비중이 지정 당일보다 3.6%포인트 높아졌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6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5개 기업의 공매도 비중이 종전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과열 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 재개 당일 공매도 비율을 높이고 있다”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시세조종 세력이 유입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의 이유를 공매도 탓으로 돌리는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롱쇼트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한미약품이나 엔씨소프트에 대한 공매도 악용 사례는 미리 정보를 접한 일부 세력에 의한 것”이라며 “공매도 자체를 문제로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개인투자자들은 거래 중단 당일 공매도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량을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된다”며 “투자자의 매수·매도 판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공매도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 미리 파는 투자 방식.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얻는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활용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