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주한미군 철수설까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실성 없는 얘기”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런 발언이 나오는 배경과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發 ‘주한미군 철수론’

'트럼프 최측근'이 언급한 주한미군 철수론… 정부 "발언배경 확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거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넌은 “그런 딜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백악관 주요 인사가 주한미군 철수를 처음으로 언급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트럼프 최측근'이 언급한 주한미군 철수론… 정부 "발언배경 확인 중"
최근 미국 내에선 미·중 빅딜설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설까지 다양한 얘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대북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외교의 대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북핵 폐기를 조건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미·중 빅딜설’을 제시했다.

이런 주장들은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과 맞물리며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썼다. 전날 김정은이 괌에 대한 포위 사격 위협에서 한발 물러서자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손짓을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의 주도권 겨냥한 발언일 수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백악관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시아 내 동맹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미 당국과 한 번도 논의해본 적이 없다”며 “미국 내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진지하게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가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배경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원장은 “한반도는 미국의 세계 방위 전략상 요충지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배넌의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남북 군사력의 현실을 생각할 때 한국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주도권과 자주권을 계속 강조하는 데 대해 미국이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도 해석돼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보고 북핵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북핵 해법이 거론되는 데 대해 “코리아 패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