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호 셰프는 자연재료로 요리하는 '방랑식객', 세븐브로이는 전직원 정규직인 수제맥주 회사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미팅’에서 제공된 음식은 임지호 셰프(61·왼쪽)가 책임졌다.

임 셰프는 방송을 통해 ‘방랑식객’ ‘요리 치유가’ 등으로 알려진 요리사다. 40여 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풀, 나무 등 자연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는 낙엽, 이끼도 식재료다. 한 방송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잘게 부숴 볶은 뒤 곱게 빻은 가루로 과자를 만들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셰프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를 연구해온 분이어서 특별히 초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간담회에 나온 음식에도 많은 의미가 담겼다. 본식사에 앞서 20여 분간 진행된 호프타임에는 맥주와 함께 무 카나페가 등장했다. 해독작용을 하는 무처럼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뜻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임 셰프는 설명했다. 소고기 양념 요리 및 시금치와 치즈를 곁들인 안주도 맥주와 궁합을 이뤘다.

이날 맥주는 소상공 맥주업체 세븐브로이의 ‘달서 오렌지 에일’과 ‘강서 마일드 에일’(오른쪽)이 올랐다. 향이 풍부한 에일 맥주(맥주 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시킨 맥주)였다. 세븐브로이의 전 직원 34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철학과 맞는 업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맥주 기계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 온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는 “엊그제 연락을 받았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소규모 회사로 고생한 게 한순간에 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춘재 안에서 진행된 본식사에서는 미역, 조개, 낙지가 들어간 비빔밥이 나왔다. 임 셰프는 “비빔밥의 진짜 묘미는 각각의 다른 재료가 모두 살아 있어 맛과 의미가 공존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