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행료 인하를 약속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36.4㎞)에 대해 민간 사업자의 도로 운영 기간을 현행 3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는 대신 통행료는 최대 30%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 민자사업의 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내리고 민간 운영기간 늘린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 사업자인 (주)서울고속도로와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국토부는 (주)서울고속도로와 사업 기간 20년 연장, 통행료 인하에는 합의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수익구조 재구조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은 2006년 개통 당시부터 통행료 인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은 총길이 91.7㎞를 운행하는 데 1종 승용차 기준으로 4600원을 내는 반면 북부구간은 총길이 36.3㎞ 통행 시 4800원을 내야 한다. ㎞당 통행료가 136원으로 남부구간(50원)의 세 배에 가깝다.

국토부는 민원이 지속되자 올초 한국교통연구원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통행료 인하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받기도 했다.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년 6월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비롯해 민자도로 통행료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발표하면서 통행료 인하 논의가 본격화됐다.

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내리고 민간 운영기간 늘린다
국토부는 현재 2036년까지로 돼 있는 (주)서울고속도로 사업 기간을 2056년까지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민자도로는 사업비 회수와 도로 내구연한 등을 고려해 통상 30년으로 사업 기간이 설정돼 있다. 총 16개 민자도로 가운데 사업 기간이 만료됐거나 연장된 사례는 없다.

국토부는 대신 통행료는 최대 30%까지 인하시킬 방침이다. 인하 폭이 30%를 초과하면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따라 정부 재정으로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또 특정 사업자에 사업 기간을 연장해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특혜 의혹을 피하기 위해 (주)서울고속도로의 기존 투자자를 교체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자가 운영을 맡으면서 2036년까지는 기존 투자자에 통행료 인하분을 보전한 수익을 보장해주고 이후 2036년부터 2056년까지 20년간은 통행수입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주)서울고속도로는 현재 국민연금(86%), 다비하나이머징인프라투융자회사(14%)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달 (주)서울고속도로의 신규 투자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보험업계 등에서 투자 참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존 투자자도 어찌됐든 기존 수익을 보장받는 만큼 손해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자도로를 넘겨받는 기간이 지연돼 결국 후대에 통행료 부담을 떠넘기는 ‘조삼모사’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자사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사용자들과 미래 사용자들이 부담을 나눠 갖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