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며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생겼다. 전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확정된 뒤 하루 만에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위원회 대표까지 총 22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중심 경제, 창업을 통한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한결같은 주문”이라며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 재정이 이런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 증원,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재원확충이 필요하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재정 투자 방향과 관련, “과거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재분배 중심의 복지정책에 재정의 우선순위를 뒀지만 새 정부는 사람의 가치와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일자리, 보건복지, 교육, 문화, 연구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민과 소외 계층 배려, 중소기업 우선, 중앙과 지방의 격차 해소 등 포용과 균형을 위한 정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많은 예산사업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 현재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라”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주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