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단한 권력이었습니다. 많은 대기업 경영자가 줄지어 그를 만났습니다.”

A기업 대외담당 임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입각하기 전에 어느 누구보다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시민단체 수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장 시절부터 ‘재벌개혁’으로 이름을 알렸다. 11년 전 출범한 경제개혁연대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에 제동을 거는 소송을 수십 차례 제기했다.

1심 재판에 패소하면 항소·항고를 이어가며 끝까지 싸움을 벌였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기업과 오너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횟수를 포함하면 기업들이 진절머리를 낼 만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기업의 실력자들이 김 위원장을 만나려 하고 기밀성 사업정보를 미리 제공해 ‘자문’을 받으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특히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삼성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삼성SDS 사장 등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등을 배임으로 수차례 고발하는 등 ‘삼성 저격수’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이때부터다.

다른 기업들도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는가 하면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