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교수 200여 명이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원자력 정책 수립 과정을 정면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원자력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원자력학회·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에 소속된 교수 200여 명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의 원전 공약 이행과정을 보면 깊은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들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관계자는 “현재 서명한 교수가 2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교수 200여 명이 정권 초기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탈(脫)원자력, 탈석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제대로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을 국정과제로 수립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에는 에너지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성명서에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하는 제왕적 조치는 원자력계 모두의 사기를 허물고 국가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오는 18일 한국 원전 40년 역사를 조명하는 행사를 열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2차 성명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