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9일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인선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당이 청와대 기준을 받아들여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키로 하고 바른정당도 인준 절차에 응하기로 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해 총리 인준까지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기준은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는 국무위원 인선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2005년 7월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장관급으로까지 확대된 시점이다. 또 2005년 7월 이전이더라도 부동산 투기 성격이 있는 위장전입에 대해선 사전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드러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은 모두 면책을 받는다. 2005년 7월 이전에 있었고 부동산 투기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서울 강남지역 학교에 발령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시기는 1989년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00년 딸을 이화여고에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가족의 위장전입은 1997~2004년에 일어났다.

국민의당은 총리 인준에 협조하겠다는 당론을 정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총리 인준 찬성 당론을 정함에 따라 청문회 정국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더불어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을 합치면 160석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해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절차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심사경과보고서에 적격 의견을 낼지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결정키로 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대통령이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총리 인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후 3일 안에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인준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한국당이 반대해도 총리 인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청와대가 제시한 인선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있는 위장전입에 대해선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명문학교 진학 등을 위한 위장전입에 대해선 별도 언급이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 권한대행은 청와대가 제시한 기준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잘못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도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도 엄격히 검증할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이나 학교 배치를 위한 것이나 사익 추구라는 점에선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