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133% 상승한 아마존 주가
2014년 4월 애플이 7대1의 비율로 주식분할을 실시할 당시 주가는 530달러였다. 주식분할후 하루만에 애플 주가는 75달러선에서 85달러로 수직상승했다. 그동안 비싼 주가에 애플 주식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개인들이 앞다퉈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 주가는 10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153달러(26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다. 시가 총액도 미국 기업 최초로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주가 1000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둔 아마존은 주식분할에 관심이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프 베조스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로부터 “개인들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액면분할을 할 계획이 있는냐”는 질문을 받았다. 베조스는 “현 시점에서는 계획이 없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마존 주가는 올들어 33% 급등하며 995달러(26일 종가기준)까지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에 애용하던 주식분할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식분할로 주가를 낮춰 투자자를 유인했던 과거 주가관리 방식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S&P500 대기업중 올들어 주식분할을 단행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6곳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20년전 주식분할을 단행한 기업이 90곳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셈이다.

대기업이 과거와 달리 액면분할을 꺼리는 이유는 높은 주가가 기업의 강력한 위상을 보여주는 이미지 효과때문이다. WSJ는 “과거 주식분할이 기업이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주가가 기업의 존재감을 환기시켜주는 새로운 방법이 됐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우리 기업의 주가를 봐라. 우리는 견고하고 강하다”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개인주주들의 ‘성가신’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주식분할로 소액투자자들이 몰릴 경우 배당 요구와 경영참여 압력이 커질 뿐 기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24만8500달러(약 2억8000만원)에 달하지만 주식분할을 하지 않고 있다. 버핏은 주식분할을 피하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주식투자 패턴도 주식분할이 급감한 이유가 되고 있다. 과거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던 개인들이 인덱스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에 나서면서 기관들의 비중이 높아져 주가가 오르더라도 거래량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게됐다는 설명이다. 기관투자자들도 주식 수가 증가하면 이에 따라 거래비용도 증가해 주식분할을 좋아하지 않는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과거에는 주식의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것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봤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도 주가가 높을수록 시장의 주목을 받게되고 투자자의 압력을 피할 수 있어 굳이 주식분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