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기업, 재벌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개별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하자 해당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부사장은 “민간 기업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압박으로 비친다”며 “대기업 망신주기와 같은 여론몰이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대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면 정규직 전환 비율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청년 고용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기업의 고용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공장 자동화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이들 회사는 이미 비정규직도 거의 쓰지 않는다. 대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는 박정희 정부 시절 수출확대진흥회의에서 기업들을 줄 세우던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경쟁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4대 기업, 30대 기업 등으로 한정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며 “규제 완화 및 세금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