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급성장 배경은 차등의결권"
벤처기업이나 기술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배정하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글로벌 기업들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 중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 비중은 2005년 1%(2곳)에서 2015년 8월 13.5%(18곳)로 증가했다. 구글, 페이스북, 그루폰, 링크트인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구글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구글은 2004년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다.

이를 통해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16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조달하면서도 의결권 지분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구글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인수합병(M&A)에 따르는 대주주 지분 희석이나 단기 주가 및 실적 등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따라 경영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한국 벤처·중소기업들에도 이런 길을 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M&A에 활용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매출은 24배, 영업이익은 30배, 고용은 21배 각각 늘었다.

캐나다에서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들의 실적이 더 좋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24개 상장 기업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3.7%로 일반 상장 기업의 1.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