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뭄' 중소 여행사들 "유커 돌아온다해도 반갑지 않아요"
“정부의 특별융자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뭐합니까. 정작 금융회사에선 담보나 실적 등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22일 중국전담여행사 A사 사장은 중국 정부의 방한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풀려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하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오히려 지금이 3개월 전보다 더 막막한 상황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회사 경영 상태가 크게 나빠져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는커녕 당장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이번 사드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약방의 감초’처럼 기금을 활용해 지원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정부가 2000억원이 넘는 지원자금을 투입한다고 대외적으로 선전만 하고 정작 결과는 나몰라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말 사드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사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2260억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영자금 지원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당초 500억원의 특별융자 지원 계획에서 수혜 대상을 4배 이상으로 늘렸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해도 실질적인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신용보증기금과 시중 15개 은행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 영세한 기업들이 그 문턱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에도 정부가 배정한 2160억원의 특별지원 자금 중 실제 대출까지 이뤄진 경우는 선정 기업의 59%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금융권의 심사기준이 바뀐 게 없어 실제 대출을 받는 업체는 그때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년간 관광·마이스업계에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권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이 전보다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금 지원을 위해 최소한의 자격기준은 불가피하다는 문체부와 금융권의 입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격 기준을 따질 때 여행·마이스 등 서비스 기업에 대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조업체들이나 갖고 있을 법한 특허나 기술 보유 여부를 묻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적어도 이 자금이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조성의 취지와 목적에 맞춰 지원 대상이나 선정 기준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건 아닐까.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수혜자인 기업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선우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