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중단한다. 개인 신용대출을 도입한 2011년 이후 6년만이다. 개인 대상 예금상품의 연간 금리도 1.75%(정기예금 기준)까지 낮췄다. 2011년 4.5%의 높은 금리로 가입자가 몰렸던 때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은행권에서는 산은이 사실상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장사를 접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때 개인금융에 공들였던 산은

국책은행인 산은이 개인 신용대출에 나선 것은 2011년부터다. 195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한 것이어서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산은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금리를 적용, 개인 대출 확대에 공들였다. 하지만 오는 하반기부터 개인 신용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산은의 개인금융 축소 과정의 일환이다. 산은이 개인금융에 손을 댄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메가뱅크’를 주창했다. 산은과 우리금융지주 등 당시 정부산하 은행들을 합병해 메가뱅크로 만든 뒤 민영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메가뱅크 프로젝트는 그해 9월 리먼브라더스 발(發)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럼에도 산은 민영화는 계속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산은을 KDB금융지주로 바꾸고 정책금융 역할은 정책금융공사(정금공)로 분리했다. 기업 구조조정 및 금융지원 기능은 정금공에 일임하고 KDB금융지주는 민영화를 통해 투자은행(IB)으로 키운다는 구상에서다. 강 전 장관은 2011년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은 행장에 취임한 뒤 개인금융 확대 등 민영화 작업에 몰두했다.

산은이 2011년 9월 내놓은 ‘KDB다이렉트 예·적금’ 상품은 대박을 쳤다. 정기예금 상품인 ‘다이렉트 하이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4.5%에 달했다. 수시입출금식인 ‘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도 연 3.5%의 금리를 제공했다. 당시 시중은행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여서 주목을 받았다. 두 상품의 예수금은 출시 1년만에 5조1000억원을 기록, 2012년 말에는 7조45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점점 희미해진 민영화 흔적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산은 민영화’가 백지화되면서 산은의 개인금융 확대 기조도 자취를 감췄다. 강 회장이 2013년 4월 사퇴한 뒤 산은의 역할 재조정이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8월 산은과 정금공의 재통합을 결정, 2015년 1월 시행했다.

산은은 2011년 만들었던 개인금융본부를 2014년 없앴다. 2015년 들어서는 개인 신용대출 취급을 축소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던 예·적 금리도 떨어뜨렸다. 초창기 4.5%였던 정기예금의 금리는 2014년 10월 2.4%, 2015년 6월 1.85%로 하향 조정됐다. 현재 금리는 1.75%다. 입출금식의 금리도 3.5%에서 지난해 6월 1.1%까지 내렸다. 금리 조정의 표면적 이유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 탓이지만, 실상은 개인금융을 축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다이렉트’란 브랜드는 2014년부터 안 썼다. 다이렉트를 떼고 하이정기예금, 하이어카운트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개인금융 확대 취지에서 늘리던 일반 소매지점도 줄였다. 2008년 43개였던 일반 소매지점은 2012년 82개까지 늘었다가 현재 77개다. 지점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 사업 비중은 줄었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한동안 ‘국책은행이 왜 개인상품을 내놓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던 시중은행도 더 이상 견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산은 관계자는 “민영화 흔적을 지우고 개인금융보다는 정책금융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