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뗐다, 붙였다' 경제부처 변천 따라 부침 거듭한 부총리
과거 경제부총리가 담당하는 핵심 업무는 ‘기획·예산’과 ‘재무’가 양대 축이었다. 기획·예산 업무는 국가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기능이다. 재무는 금융·외환정책의 수립과 집행, 세제, 국고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능이다. 국내에선 경제개발 계획이 중요시된 1960~1980년대까지는 기획·예산 기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컸지만 이후 국내 경제가 발전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재무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기획·예산과 재무 기능을 맡는 경제부처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조직 체계와 이름이 바뀌었다. 해당 부처 수장인 부총리의 역할과 위상도 부침을 거듭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시점에는 기획·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처와 재무를 담당하는 재무부가 분리돼 각각 별도로 출발했다. 1955년에는 기획처가 부흥부로 개편되면서 예산 업무가 재무부로 이관됐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집권한 군사정권은 재무부 예산국과 부흥부가 이름을 바꾼 건설부, 내무부 통계국을 통합해 경제기획원을 신설한다. 예산과 기획 기능을 다시 합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하도록 한 것이다. 1963년엔 부총리직제를 신설해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양대 경제부처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경제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 관계를 형성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앞두고 알력 다툼을 벌이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전격 통합해 재정경제원으로 개편한다. 기획·예산부터 재무 업무까지 아우르는 ‘공룡 부처’가 탄생한 것이다. 재정경제원 장관은 부총리도 겸임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재정경제원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예산청’으로 독립시키고 이름도 재정경제부로 바꿨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고 있던 부총리 제도도 폐지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예산청과 기획예산위원회를 합쳐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예산 기능을 전담하게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집권 말기인 2001년 재정경제부 장관이 다시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바꿨다. 경제정책의 총괄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대중 정부를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는 재정경제부(부총리 겸임)와 기획예산처 체제를 유지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 경제부처는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는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지금의 기획재정부로 개편된 동시에 부총리 제도는 폐지됐다. 재정경제부가 갖고 있던 금융정책 기능도 금융위원회로 이관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는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명칭과 기능이 유지됐다. 다만 정책 총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를 맡는 제도가 다시 도입됐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