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원을 투자해 덩치를 키우는 포스코 포항 3고로가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포스코 제공
3700억원을 투자해 덩치를 키우는 포스코 포항 3고로가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포스코 제공
18일 ‘포스코의 심장’ 포항제철소 안으로 들어서자 4개의 거대한 고로(高爐)가 눈에 들어왔다. 이 중 세 번째 자리잡은 3고로 앞에는 1350t짜리 대형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였다. 고로의 높이는 아파트 30층과 맞먹는 110m. 안팎으로 쉴새없이 직원들이 드나들었다. 하루 투입되는 인력은 1600명에 달한다.

포스코는 총 3700억원을 들여 포항 3고로를 증설하고 있다. ‘공급 과잉’인 철강업계에서 마지막 증설 현장으로 꼽힌다. 다음달 초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고로에 불을 붙이면 1978년 제작된 3고로는 40년 만에 새로 태어난다.

◆쏘나타 1만대분 쇳물 생산

5600㎥ 규모의 초대형 고로 안에는 2만 개가 넘는 내화벽돌이 빼곡하다. 앞으로 15년간 섭씨 1500도 이상의 뜨거운 쇳물을 견뎌낼 벽돌이다. 작업자가 벽돌 하나를 쌓아올리는 데만 20~30분씩 걸렸다. 벽돌 사이에는 고로의 온도를 낮춰줄 냉각반 2500여 개도 촘촘히 끼워 넣었다.

포스코 직원들은 지난 2월 기존 고로를 해체한 뒤 102일간 작업을 했다. 2015년 8월부터 18개월 동안 열풍로 등 고로 본체 주변의 시설물을 교체하는 사전 공사도 했다. 고로 꼭대기로 원료를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부터 쇳물을 만드는 45m 높이의 솥단지까지 약 37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고로 크기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다. 5000㎥를 넘는 대형 고로는 중국 사강그룹, 신일본제철 등 일부 철강회사만 보유하고 있다. 남규명 포스코 고로개수프로젝트팀장은 “설비를 최적화하는 포스코의 노하우를 통해 연간 쇳물 생산량이 360만t에서 500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하루에 쏘나타 1만 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라고 소개했다.

◆포스코의 마지막 증설 공사

포스코 직원들이 초대형 고로 내부에서 작업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이 초대형 고로 내부에서 작업하고 있다.
3고로 증설은 포스코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포스코 역사상 마지막 증설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철강업체가 더 이상 고로를 증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글로벌 철강 수요는 16억t 수준. 반면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24억t으로 8억t가량 남아도는 상태다. 과거처럼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중국 업체 등이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3고로가 안정화되면 국내 최초 고로인 ‘포항 1고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고로는 1973년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된 ‘포스코 1호 고로’다. 두 번의 개·보수를 통해 130만t 규모로 증설됐지만 400만~500만t을 생산하는 최신 설비보다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3고로의 늘어난 생산량이 문을 닫는 1고로를 대체한다. 남 팀장은 “1고로에서 만들던 쇳물을 3고로로 옮겨 한꺼번에 생산하면 약 10%의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고로 시대 개막

포스코는 다음달 6일 3고로 화입식을 한다. 전통적으로 화입식은 불과 쇠를 뜻하는 화(火)요일과 금(金)요일에 한다. 6일도 화요일이다. 포스코만의 오랜 전통이다.

불을 붙이는 과정은 옛날 방식을 따르지만 재탄생한 고로의 설비는 과거와 다르다. 일명 ‘스마트 고로’다. 수분량 등 쇳물을 뽑아내는 데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학습하는 ‘똑똑한’ 고로다. 포항제철소를 스마트 팩토리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통합데이터센터도 건설하고 있다. 공장 설비 곳곳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분석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마트 고로를 비롯한 전 사업장에서 포스코의 핵심경영 목표인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