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感)을 현실로 만들려면…짧은 시간에 전력 질주해야"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유일한 자산은 시간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잘 활용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효율적 업무 방식’을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사진)는 16일 기자와 만나 “제품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가장 좋은 해법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 구글에 입사한 이후 작업 방식 개선에 매달려 온 ‘생산성 전문가’다. 구글이 투자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컨설팅 업무도 맡고 있다. 그는 크롬, 지메일 등 구글 프로그램 외에도 슬랙, 네스트 등 스타트업들과 100회가 넘는 프로젝트를 한 뒤 구글 특유의 업무 수행 방식인 ‘스프린트’를 완성했다. 그가 스프린트의 작업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저서 《스프린트》(김영사)가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스프린트는 5일 만에 중요한 문제의 해결법을 찾고 프로토타입(시제품) 테스트까지 끝내는 작업법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팀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쓸모없는 논쟁 없이 ‘마감 시간’에 철저히 맞춰 일합니다.”

냅 디자이너는 스프린트를 적용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새비오크 사례를 들었다. 새비오크는 호텔 배달용 서비스 업무를 위해 개발된 로봇인 릴레이를 제작한 스타트업이다. 실제 호텔에서 시범 운영을 하기 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스프린트를 통해 선정하고 풀어나갔다. “가장 큰 과제는 ‘투숙객이 부탁한 칫솔을 들고 로봇이 올라갔을 때 사람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중력 높은 회의를 통해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자’는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이를 통해 투숙객의 경계감을 낮출 수 있었죠.”

어떤 프로젝트라도 1주일이면 충분하냐는 질문에 그는 “150번이 넘는 스프린트 작업을 했지만 시간이 모자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스프린트를 통해 만든 시제품으로 고객 반응을 듣다 보면 다음 숙제가 무엇인지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패자부활전’이 쉽지 않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마라톤’보다 ‘스프린트’ 방식이 유효할까. 그는 “더욱 유용하다”고 답했다. “창업가들은 대부분 ‘감(感)’으로만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듭니다. 스프린트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진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신속하게 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