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선 패배 자성 없는 자유한국당
“대통령선거에 패배했는데도 한 달 된 사무총장 하나만 사표 내고 끝이냐. 절박감을 가지고 보수 재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긴장감 없이 늘어져 있다.”

정유섭 의원(인천 부평갑)이 최근 한국당 소속 초선의원 모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이다. 정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는데도 당이 너무 무감각하다”며 “종합 2위지만 수도권 득표율은 국민의당에도 뒤진 3위다. 이러다가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몰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의원이 공감하는 대목이지만 메아리 없는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한국당은 평화롭기만 하다.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자성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선거 실무 총책임자였던 이철우 사무총장이 선거 다음날 사퇴한 게 전부다. 지난해 총선에서 122석을 얻는 데 그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곧바로 백서 발간 작업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2, 제3 야당은 대선 패배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후보 제안으로 지난 11일부터 대선 백서 준비를 시작했다. 바른정당은 15일부터 이틀간 강원 고성에서 대선을 주제로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총선에 이은 대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조용한 것은 안이한 현실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선거 패배 직후 지도부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얘기가 나온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해 보수진영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른 선거에서 24%의 득표율을 올린 것은 ‘선방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대승’한 17대 대선 표 차이(500만표)보다 더 큰 표차(557만여표)의 참패를 이렇게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를 포함해 중진들은 당권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당 대표 후보 하마평이 무성하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휴식기를 잠시 가진 뒤 선거 과정을 반성하는 과정을 밟겠다”(박맹우 사무총장)는 입장을 뒤늦게 내놨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