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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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이번 스승의 날에 교수님과 식사하려 하는데 청탁금지법 위반인가요?" "카네이션, 손편지 선물도 법에 저촉되나요?"

오는 15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다. 이 때문에 12일 각급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같은 궁금증이 잇따르고 있다. 예년처럼 선물을 주고 받다가 김영란법에 저촉돼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법 위반이고, 아닌지 헷갈려 하는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여전히 혼란스럽다.

현행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생이 스승의 날에 대학 교수에게 식사 대접을 하면 처벌 받는다. 학생 평가를 담당하는 교수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학생들은 교수에게 식사와 선물 등을 제공 받아도 된다. 학생은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의 시간강사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거나 식사를 하는 경우도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다. 현행 법은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간강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경우도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일명 시간강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적용 시점인 2018년 1월부터는 위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학생 개인이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선물하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생화뿐 아니라 작년까지는 허용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했던 '종이꽃'도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스승의 날 허용되는 카네이션 선물의 범위는 '학생 대표가 스승의날에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 혹은 '졸업생이 찾아가 전달하는 꽃 선물'이다. 학생 대표란 학과 대표 혹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대표로 선정된 이 등을 가리킨다. 졸업생의 경우 학생과 교수 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므로 1회 100만 원 한도 내 선물도 가능하다.

다만 졸업생이라도 석·박사 진학을 계획 중이라면 재학생과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박사 지원 서류에 지도교수 추천서가 필요한데, 김영란법 제재의 중요 기준인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스승에게 주는 '손편지' 선물은 가능하다. 권익위는 손편지 사례에 대한 유권해석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손편지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사 진학을 계획 중인 고은미 씨(30)는 "진로 상담을 해준 교수님에게 손편지만 드려야겠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김영란법에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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