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류의 '위대한 유산' 고전에 담긴 삶의 지혜
‘제목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아무도 읽지 않은 책.’ 19세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고전을 두고 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고전은 ‘마음의 짐’이다. 입시·취업 준비로 학생들은 발등의 불을 끄느라 독서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회사 생활에 바쁜 30~40대 직장인 세대도 마찬가지다. 고전은 늘 ‘언젠가는 읽어야 할 책’으로 끝난다.

고전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두껍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고전은 물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강신장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경영자를 위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리 CEO’와 인문학 강좌 ‘고전 5미닛’ 등을 기획한 경험을 살려 《고전 결박을 풀다》(모네상스)를 펴냈다. 《노인과 바다》 《그리스인 조르바》 《죄와 벌》 등 널리 알려진 고전 30편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저자는 줄거리 소개에 꽤 공을 들여 원작의 맛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해설이 끝난 뒤엔 각 소설의 인상 깊은 구절을 ‘작품 속 명문장’ 코너에 옮겨 담았다. 쉽고 친절한 고전 설명서인 셈이다.

내용 소개뿐 아니라 평론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작품의 주제와 작가의 의도, 21세기 현대인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노인과 바다》에선 헤밍웨이가 전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강조한다. 주인공인 어부 산티아고는 모처럼 잡은 큰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겼지만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깊은 잠에 빠져든다. 저자는 이 소설의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는 문장에 주목하며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파멸’과 ‘패배’를 구분했다”고 주장한다. ‘파멸’은 물질적 가치를, ‘패배’는 정신적 가치를 대변한다. 그는 “주인공 산티아고는 죽을 힘을 다해 애쓴 일이 모두 물거품이 됐을지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인생을 노래한다”며 삶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말한다.

그림 비중이 높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활자와 함께 책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텍스트로서 기능한다. 21세기 영상 이미지 시대에 맞춰 단순히 ‘읽는 책’을 넘어 ‘보는 책’으로 도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고전 안내서’ 격인 이 책을 읽다 보면 먼지 쌓인 채 책장 한쪽에 놓여 있는 고전 한 권을 다시 꺼내들고 싶을지도 모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