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IT 거대기업들의 뉴욕증시의 하락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주춤하면서 트럼프 랠리가 한 풀 꺾인 상황에서도 증시가 큰 폭의 조정국면에 접어들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올들어 기술주의 상승률은 16.5%로 전 업종의 평균인 7.2%보다 2배 이상 높다. 시가총액 1위기업인 애플은 올들어 주가가 3분의 1이나 오르며 나스닥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전체 지수의 하락을 막는 버티목 역할을 하고 있다.

알파벳(구글의 모기업)과 페이스북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5개 기업은 올해 나스닥 지수 상승의 56%를, S&P500지수 상승의 33%를 각각 기여했다. 5개 기업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S&P500지수보다 16%포인트나 높다.

트럼프 당선의 수혜를 입었던 전통제조업종인 철강 주식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2배 가까이 올랐다가 다시 6개월만에 원점으로 복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기술주의 주가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1분기 반도체업종의 주가상승률이 47%, 반도체 장비업체는 무려 107%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4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하는 등 미국의 소비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1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진한 소비로 인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0.7%에 그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일부에서는 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약화된 소비지출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재 수요의 부진으로 올들어 철광석 가격이 30% 하락했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바로비터가 되는 구리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국제유가는 올들어 산유국이 감산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5달러대로 밀렸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50달러 아래도 추락했다.

월가에서는 그러나 IT기업 주식의 ‘나홀로 강세’가 상위 소수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의 올들어 상승률이 13.7%로 다우지수(6.14%), S&P500지수(7.06%)의 2배에 달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상위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애플과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5개 기업의 가치가 나스닥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500지수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별로는 애플 11.9%, 알파벳 9.4%, 마이크로소프트 8.2%, 아마존 6.9%, 페이스북 5.5% 순이다. 나스닥의 경우 상위 25개 기업이 확대하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약 4분의 3에 달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