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행하는 주간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증시를 지원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대선이 중국과의 관계개선과 대기업(재벌) 개혁으로 이어지면서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배런스는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유라시아가 문재인 후보의 당선확률을 80%로 예측했다며, 하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최대 당면 과제인 북한 핵및 탄도미사일 관련한 현재의 정책기조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통령 선거 이후 중국이 박근혜 정부보다 덜 ‘매파적인’ 새 대통령을 통해 관계개선을 위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배런스는 또 모든 대선 후보가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개혁(Clean up)을 약속한 점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낮은 배당금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확대에 나선 것을 대표적 예로 들며,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식이 추가로 2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관대한 배당정책이 예상된다”고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다.

배런스는 한국 증시의 매력적인 투자업종으로 은행을 들었다. “한국 증시가 싸다면 한국의 은행 주식들이 싸다는 뜻”이라며 한국의 은행주가 장부가 대비 40% 낮게 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KB금융을 예로 들며 올들어 주가가 20% 올랐지만 일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추가로 20%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또 다른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과 긴장국면이 대선과 함께 ‘해빙’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현대, 기아자동차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중국내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종목들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구체적인 대선결과에 따라 시장반응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의 대선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