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틈 타 갤럭시S8 보조금 마케팅 과열
“우주8 현완 △△ㅂㅇ 22 정도면 괜찮나요?”

휴대폰 전문 커뮤니티 ‘뽐뿌’에 지난 3일 올라온 글이다. “갤럭시S8(우주8)을 현금 완납 조건으로 △△(통신사 이름) 번호이동(ㅂㅇ)하는 건데 22만원이면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이다. 이날 뽐뿌, 클리앙 등 커뮤니티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네이버 밴드 등에는 갤럭시S8 등 스마트폰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정부 단속을 피해 각종 은어로 대화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갤S8 출시로 뜨거워진 시장

황금연휴 틈 타 갤럭시S8 보조금 마케팅 과열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주말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간 스마트폰 판매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일 밤부터는 일부 판매점이 번호이동(통신사 변경)과 함께 월 6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갤럭시S8을 20만원 안팎에 판매한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달아 올렸다.

갤럭시S8 64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는 93만5000원이고,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은 13만5000~15만8000원이다. 판매점들이 50만~60만원대 불법 지원금을 제시한 셈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따르면 판매점이 줄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를 넘을 수 없다.

2~3일 뽐뿌, 클리앙 등의 커뮤니티에는 20만~30만원대에 갤럭시S8을 샀다는 ‘구매 성공기’가 잇달아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매장 ‘좌표’(위치) 좀 알려달라”는 댓글을 줄줄이 달기도 했다. 판매점들은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밴드 등에 판매 정보를 알리고 특정 시간대에만 대규모 지원금을 주는 ‘게릴라’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3일 하루에만 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2만8267건에 달했다. 이는 갤럭시S8이 출시된 지난달 18일(4만6380건) 후 최고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을 뛰어넘은 수치다.

방통위는 ‘개점휴업’ 지적도

이른바 신종 ‘페이백’(소비자에게 불법으로 돈을 돌려주는 것)도 등장하고 있다. 방통위 등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판매점들이 일단 정상적으로 계약한 뒤 나중에 일정 금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소비자가 일부 금액만 현금으로 내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이때 판매점 전산 기록에는 스마트폰을 할부 없이 일시불로 구매한 것으로 표시한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신종 페이백을 쓰면 판매점 입장에선 세금을 줄일 수 있고 불법 증거도 남지 않는다”며 “갤럭시S8 출시 이후 이 같은 방법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감독당국인 방통위는 이른바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현재 위원장을 포함해 다섯 명의 상임위원 중 두 명이 공석이다. 대선 이후 후임 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